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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마땅한 반찬이 없으면
자꾸 엄마 생각이 납니다.
어릴 때 학교 갔다 와서 밥상에 계란장조림이 올라와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았거든요.
짭짤한 간장 맛에 단단하게 익은 계란 하나 얹어 밥을 비비면
그게 그렇게 맛있었어요.

그땐 몰랐죠.
그 반찬 하나가 얼마나 손이 가는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저도 부엌에서 하루 종일 서보니까
그 시절 밥상 하나하나가
엄마 손끝에서 얼마나 정성이 들어간 건지 알겠더라고요.

그날도 반찬이 마땅치 않아서
삶은 계란 몇 개를 꺼내
엄마가 해주시던 방식대로 조림장을 만들었습니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가며 만들었는데
식탁에 앉은 아이가 밥에 계란 하나 올리고 비비는 걸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재료 준비
달걀 6개
진간장 5큰술
물 1컵 반
맛술 1큰술
설탕 반 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통마늘 몇 쪽
청양고추 1개
통깨 약간
참기름 약간

만드는 방법
달걀은 찬물에 담가 삶기 시작했어요.
물 끓기 시작하면 약 10분 정도 삶으면
속까지 잘 익어요.
삶은 뒤엔 찬물에 바로 담가 식히고
껍질을 벗겨 놓습니다.

냄비에 간장, 물, 맛술, 설탕, 다진 마늘을 넣고
중불에서 한 번 끓여 조림장을 만들고
계란을 조심스럽게 넣었습니다.

이때 통마늘도 함께 넣어주면
은은하게 마늘 향이 배서 좋고
매콤한 걸 좋아하면 청양고추를 어슷하게 썰어 넣으면 좋아요.

불은 약불로 줄이고
국물이 반쯤 줄 때까지 졸여줍니다.
중간중간 국물을 계란 위에 끼얹어가며
간이 골고루 배도록 해주세요.

마지막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고
통깨 살짝 뿌리면 끝입니다.

식탁에 올린 뒤
계란을 하나 반 잘라 접시에 올리고
국물 조금 떠서 밥 위에 얹어줬더니
아이가 말도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더라고요.
저도 그걸 따라 밥 한 공기 비벼 먹었는데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맛이었어요.

그 순간
엄마가 떠올랐고
이제는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찬 하나지만
시간을 담고, 정성을 담고
무엇보다 가족을 위한 마음이 담긴 음식이구나 싶었습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계란은 완전히 단단하게 삶는 게 좋아요.
그래야 조림장이 속까지 스며들면서
간이 잘 배입니다.

조림장을 끓일 때
너무 센 불로 하면 간장이 탈 수 있으니
약불에서 천천히 졸이는 게 맛을 좌우합니다.

통마늘은 꼭 넣는 걸 추천해요.
조림장 안에서 익은 마늘이
계란보다 먼저 젓가락이 가게 할 정도로 맛있어요.

남은 조림장은 밥 비벼 먹기 좋아서
절대 버리지 말고 냉장고에 뒀다가
볶음밥 만들 때 써도 괜찮습니다.

별 거 아닌 듯한 계란장조림이지만
어릴 적 추억을 꺼내게 하고
지금은 제 아이의 기억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반찬이 되었습니다.

그런 음식이 주는 힘이 있다는 걸
오늘 다시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