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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뭐라도 해야겠다.”
어느 날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애들도 다 크고, 남편도 바쁘고,
하루 세끼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나면
내가 하루 동안 뭘 했는지도 모르겠는 날이 반복됐죠.
분명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더 허전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자수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고운 실이 천 위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며
꽃이 피고, 글자가 새겨지고, 작은 세상이 그려지더군요.
순간, 가슴 한쪽이 찡해졌습니다.
“나도 저거 해볼 수 있을까?”
그렇게 바늘과 실을 샀고, 처음엔 아무 무늬도 없이
하얀 천에 실 한 줄씩 꿰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삐뚤빼뚤하고 실도 엉켜서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일 다 마치고 조용한 저녁,
혼자 거실 등만 켜고 바늘을 들면
마치 세상이 멈춘 것처럼 평온해졌습니다.

자수를 놓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냥 실의 흐름, 천의 질감, 손끝의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에 가득했던 걱정과 불안이 사라져 있더군요.
하루하루 완성되어 가는 작은 작품들이
마치 제 마음을 천천히 회복시켜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손수건, 가방, 앞치마에
작은 꽃무늬나 이름을 수놓아
가족들에게 선물도 하곤 합니다.
“엄마 이거 너무 예쁘다.”
그 말 한마디에 또 하루가 반짝입니다.

혹시 요즘 마음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으신가요?
아무도 당신을 칭찬해 주지 않아 서운하신가요?
그렇다면 조용히 바늘과 실을 들어보세요.
손끝에서 피어나는 그 작은 위로가
어쩌면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지도 모릅니다.